노회 마치고 어제까지,
회록정리및 노회 홈페이지작업을 마무리하면서 정신없이 보냈습니다.
그러나 바쁜 중에도
한번 젖은 마음이 회복되지 않아 많이 힘들었습니다.
주일 새벽 2시까지 뒤척이다가
마음에 있는 것을 어떤 방식으로든 표현해야 될 것 같아서 일어나서 글을 씁니다.
불가피하게 개인적인 이야기로 글을 시작합니다.
고교 때 원입을 하고, 세례를 받은 교회는 서울에 있는 합동측 교회였습니다.
부천으로 이사하면서 개척교회에 등록을 했습니다. 고려교단 소속교회라고 했으나
그때까지 교단이 무엇인지 몰랐습니다.
그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했고,
직장생활을 하던 27세에 목사로 부름을 받았습니다.
담임목사님의 권유로 고려신학교에 입학을 했습니다.
지금은 안타깝게도 실족한 목사로 인정되고 있지만
아시다시피 석원태목사님은 특별한 분이셨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고려교단의 현주소를 알게 되었지만, 피부에 와닿지는 않았습니다.
개척을 하고 실감한 바는,
예배를 마친 성도들은 언제나 교단이 어디냐고 물었습니다.
고려교단이라는 소리를 듣고 다시 오는 사람들은 없었습니다.
교단분열을 자초하지도 않았고
시험을 못봐서 선택된 것도 아닌데
왜 교회와 목사는
타교단과 한국교회 성도들에게 비주류, 서자, 짝퉁 취급을 받아야 하는가?
그때부터 제게 가장 중요한 기도제목은 교단통합이었습니다.
10여년 기도를 했는데 통합기미가 보이지 않음을 확인한 상태에서 특별한 계획이 수립되었습니다.
“위임목사가 되고, 하던 공부를 마치면 교회를 제자리에 두어서
교회성도들이 잘못도없이 무시와 손해를 받지 않게 하겠다.“
교회 설립 15주년이 되는 2013년.
은사인 석원태목사님, 교단총무 강구원목사님, 서기 이현상목사님, 그리고 전 총회장 천 환목사님의 만류를 뿌리쳤습니다.
그리고 정중하게 편지를 드리고, 그동안 몸담았던 고려교단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험난했던 영적인 여정 속에서 34년 동안 나를 안전하게 보호했던 영적인 울타리였고,
나를 목사로 안수했던 공동체.
성도들에게는 자기 둥지를 떠나서는 안된다고 가르쳤던 목회자.
그리고 이후에 전개될 환경이 쉽지 않을 것임을 충분히 알고 있는 상황에서
교단을 옮기는 일은 목회여정 중에서 가장 힘들었던 결정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기도했던 대로 고신총회에 가입을 했습니다.
교회와 저는 그 이후에도
교단통합을 위한 기도는 계속했었습니다.
그러나 2-3년이 지난 후에
고려교단에 위기가 찾아왔고,
그 후 고려와 고신이 하나되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이번에 총회에 의해서 구역조정이 시행되고
지난 17일.
감격스럽게 하나 되었습니다.
그 날. 그 감격을 어떻게 말과 글로 다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오랫동안 기도하며 꿈꾸던 역사적이고, 감격적인 날.
그러나 그 날.
그 감격이 식기도 전에
찬물 세례를 받은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회원들 앞에 나와서 발언한 목사님이 죄를 지은 것도 아니었고,
그 날은 잔칫날이었고,
그 목사님이 첫번 참석한 노회였는데....
제가 받은 충격과 실망은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그 자리에서 무슨 말이라도 하고 싶었으나
잔칫날 분위기가 험악하게 이어질까봐 절제했습니다.
회록서기라 회록작성을 위해 녹음한 모든 과정을
작업하면서 다시 듣게 되었고
아직도 기억이 되고 있는 표현은. “여기는 노회입니다.” 였습니다.
예. 좋고, 맞습니다.
"여기는 노회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생각과 말과 태도는 신중하고 은혜로워야 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개회예배 때 설교대로 예수님의 마음을 품고 임하는 것은 의무입니다.
강자의 논리를 법으로 인정하는 세상이 아니고
하나님의 법에 지배를 받는 노회이기 때문에
약속된 법대로도 해야하고,
은혜와 사랑으로도 해야합니다.
하나님의 공의와 사랑이 동전의 양면과 같듯이 말입니다.
우리 모두가 기억해야 하는 사실이 있습니다.
수도노회가 다른 노회를 흡수 통합 한 것이 아니고,
서경노회나 중부노회나 경인노회가 우리노회에 가입한 것이 아닙니다.
총회의 행정정책에 따라 구역이 지역에 따라 조정된 것입니다.
여러 노회가 하나되었기 때문에
기존 수도노회가 행정적 안정을 목적으로 부분적으로 중심을 잡을 수는 있겠으나
수도노회에 속한 교회의 수가 많다고 해서 수도노회가 중심일 수 없습니다.
노회의 교회 수와
교회의 성도 수에 관계없이 모두가 동등합니다.
이제 앞으로도 우리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나이나.
기수나.
교세나,
전례나
그동안 누렸던 기득권들이
존중될 필요는 있지만
그것이
힘들게 하나된 공동체의 하나 됨을 저해하는 요소가 되지 않아야 합니다.
여기는
하나님의 교회,
하나님의 사람들이 모인 노회이기 때문입니다.